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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창은 많았는데 방패를 뚫을 창이 없었다

매치리포트 2012. 5. 20. 07:53

[팀캐스트=풋볼섹션] 바이에른 뮌헨이 홈 이점을 등에 업고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에 덜미를 잡히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바이에른 뮌헨은 20일 새벽[한국시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먼저 선제골을 넣고도 지키지 못해 승부차기에서 첼시에 3:4로 패하고 말았다. 승부차기에서 첼시에 무릎을 꿇은 뮌헨은 홈에서 꿈꾸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물 건너갔고,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DFB-포칼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무관의 수모까지 당했다. 컵대회 참패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다.

뮌헨으로서는 최악의 결과다. 뮌헨은 경기 시작부터 매서운 공격을 퍼부으며 첼시의 골문을 위협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마리오 고메즈를 중심으로 아르옌 로벤, 프랭크 리베리, 토니 크루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5분 크루스의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포문을 연 뮌헨은 이후 계속해서 공격 찬스를 만들어가며 득점을 노렸다. 전반 20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로벤이 개인 돌파를 시도하며 박스 왼쪽에서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을 연출했다. 로벤은 지체 없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슈팅한 볼이 첼시의 페트르 체흐 골키퍼와 골대를 차례로 맞고 밖으로 벗어났다. 로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뒤로도 많은 슈팅이 나왔지만, 골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뮌헨의 슈팅은 번번이 첼시의 골문을 벗어났다. 공격 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속 없는 공격이 계속됐다. 후반전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전반을 무득점으로 끝낸 뮌헨은 후반 들어서도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전보다 공격 강도를 더욱 높였다. 뮌헨은 전반 9분 리베리가 첼시의 골망을 갈랐으나 그 전에 이미 오프사이드 파울이 선언되며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좋다가 말았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뮌헨의 실망감은 커져가기만 했다. 지속적인 공격 흐름에도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지부동의 첼시 수비력이 막강한 이유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뮌헨의 슈팅 정확도가 수준 이하였다. 공격도 일부 선수에게 집중되면서 단조로웠다.

별 소득 없는 지부진한 공격을 계속한 뮌헨은 후반 38분 측면 크로스에 이은 토마스 뮐러의 헤딩슛으로 마침내 골을 터뜨렸다. 슈바인슈타이거가 올려준 크로스를 뮐러가 머리로 내려찍으며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첼시의 디디에 드록바에게 동점골을 실점한 것이다. 뮌헨은 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첼시에 골을 허용하며 90분 승부에서 거둘 수 있었던 승리 기회를 날려버렸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전후반 90분 동안 승자를 가리지 못하며 연장전에 돌입한 뮌헨은 연장 전반 4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리베리가 첼시의 드록바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다시 앞설 수 있는 찬스였다. 키커로 로벤이 나섰다. 로벤은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공략했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경기 내내 뮌헨을 괴롭힌 결정력이 페널티킥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사다. 축구도 그랬다. 모든 것이 뮌헨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킨 뮌헨은 추가골 없이 연장전을 마쳤다. 운명의 승부차기가 그들을 기다렸다. 승부차기에서도 먼저 기선제압을 한 쪽은 뮌헨이었다. 첼시의 1번 키커 후안 마타가 실축한 가운데 뮌헨은 첫 번째 키커 필립 람이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그리고 고메즈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후발 주자로 나서서 모두 득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뮌헨이 3:2로 리드하며 우승에 근접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뮌헨이 아닌 첼시의 손을 들어줬다.

뮌헨은 4-5번 키커 이비차 올리치와 슈바인슈타이거가 연이어 실축하며 첼시에 추격을 허용했고, 끝내 역전을 당하며 다잡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쳤다. 뮌헨 선수들은 좌절감에 휩싸이며 그대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뮌헨은 분명 이날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고, 경기 기록을 살펴봤을 때 반드시 승리했어야만 했다. 뮌헨은 첼시를 상대로 35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코너킥은 무려 20개에 달했다. 하지만, 고작 한 골을 넣은 것이 전부다. 많은 슈팅 숫자보다는 확실한 골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아무리 많은 창을 가지고 있더라도 강하고 날카롭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약하고 무딘 창으로는 절대 방패를 뚫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뮌헨은 2010년 결승전에 이어 2012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