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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 매치데이 04, '득점 기계' 셰브첸코의 킬러 본능
매치리포트
2012. 6. 12. 06:28
■ 셰브첸코, 스웨덴전에서 멀티골 작렬...건재함 과시
녹이 슬고 기름이 새는 낡고 고장난 득점 기계인줄 알았지만, 그는 여전했다. 언제 어디서나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에서 활약하며 유럽 최고의 공격수라는 명성을 쌓았던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의 주장 안드리 셰브첸코[35, 디나모 키예프]의 이야기다.
셰브첸코는 12일 새벽[한국시간]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유로 2012 D조 예선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이날 혼자 2골을 터뜨리며 우크라이나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부상 여파로 선발 출전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셰브첸코는 선발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팀을 구했다. 우크라이나의 영웅이었다.
폴란드와 유로 2012 대회를 공동 개최 중인 우크라이나는 스웨덴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후반 7분 상대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선제골을 실점하며 위기를 맞았다. 우크라이나 축구팬들은 폴란드에 이어 자국 대표팀도 유로 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 순간 셰브첸코가 동점골을 터뜨려 자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셰브첸코는 팀이 0:1로 뒤진 후반 10분 안드리 야몰렌코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를 헤딩골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몸을 던지는 헤딩슛으로 스웨덴의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셰브첸코의 진면목은 후반 17분 또 한 번 발휘됐다. 셰브첸코는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헤딩슛을 시도해 추가골을 작렬했다. 역전골이었다. 스웨덴에 실점한 후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의 표정에는 어느덧 미소가 가득했다. 셰브첸코의 마법이다.
후반전 연속골을 넣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한 셰브첸코는 후반 36분 아르템 밀레프스키와 교체 되어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는 기립 박수가 쇄도했다. 영웅을 기리는 우크라이나 축구팬들의 소박하고 진실된 표현이다.
환대 속에 벤치로 물러난 셰브첸코는 후배들이 남은 시간 동안 잘 해주기를 바라며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종료 휘슬이 울리며 승리가 확정되자 올레 블로킨 감독과 기쁨을 나눴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공언했던 그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그대로 나타났다.
■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굴욕...유효 슈팅 달랑 1개
로이 호지슨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가 유로 2012 D조 예선 1차전에서 때아닌 굴욕을 당하며 '축구종가'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잉글랜드는 프랑스를 상대로 치른 유로 2012 예선 첫 경기에서 고전 끝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많은 이들이 프랑스의 우세를 예상했기 때문에 잉글랜드로서는 무승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프랑스전 무승부는 잉글랜드에 감지덕지다.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공격수 웨인 루니가 결장한 상황에서 프랑스와 대결을 벌인 잉글랜드는 전반전 프리킥 찬스를 잘 살리며 선제골을 넣었다. 스티븐 제라드가 올려준 크로스를 수비수 졸레온 레스콧이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문제는 이것이 잉글랜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효 슈팅이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는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는 의욕적인 플레이로 프랑스를 괴롭혔다. 중원에서의 압박도 잘 이뤄졌고, 비록 오프사이드에 걸리긴 했어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전반 14분에는 제임스 밀너가 골키퍼를 제치고 슈팅을 날리며 프랑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제골을 기록한 뒤 더 이상 이러한 플레이를 볼 수 없었다. 잉글랜드는 득점 후 프랑스의 공세에 시달리며 계속해서 실점 위기를 맞았다. 전반 34분 알루 디아라에게 연이은 헤딩슛을 허용했고, 결국 전반 37분 사미르 나스리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전에는 프랑스의 일방적인 경기 흐름이 지속됐다. 프랑스는 카림 벤제마, 프랭크 리베리, 나스리 등을 앞세워 추가골을 넣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반면, 잉글랜드는 제대로 된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속빈 강정이 따로 없었다. 빅매치라고 불리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특히 공격력은 최악이었다. 잉글랜드는 이날 프랑스를 상대로 총 3개의 슈팅을 때렸고, 그 중 골문으로 향한 슈팅은 고작 한 개다. 그것도 수비수 레스콧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기록한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대니 웰벡과 프랑스전 '키플레이어' 애쉴리 영은 슈팅 숫자 0개로 경기를 마쳤다.
■ 프랑스 vs 잉글랜드, '미니 EPL 올스타전'...맨시티의 경연장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유로 2012 D조 예선 1차전에서 맞붙은 가운데 이 두 팀의 경기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띠었다. 맨시티를 우승으로 이끈 선수들의 실력이 유로 무대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그 시작을 알린 선수는 맨시티 소속의 잉글랜드 미드필더 제임스 밀너였다. 밀러는 전반 14분 애쉴리 영의 패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를 제치면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연출했다. 득점으로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존재감을 드러낸 맨시티 선수는 잉글랜드의 수비수 졸레온 레스콧이다. 존 테리와 함게 유로 2012 수비를 책임질 것으로 전망되던 게리 케이힐이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하며 프랑스전에 선발 출전한 레스콧은 전반 30분 헤딩 선제골을 터뜨렸다. 프리킥 찬스에서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올려준 크로스를 레스콧이 상대 문전 앞에서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레스콧은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다음 주자는 맨시티와 잉글랜드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조 하트 골키퍼다. 하트는 전반 초반 공중볼을 놓치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연이은 선방쇼를 펼쳤다. 전반 34분 프랑스의 장신 미드필더 알루 디아라의 강력한 헤딩슛을 걷어냈고, 후반 30분에도 프랭크 리베리의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선방했다. 그 외에도 여러 차례 프랑스의 위협적인 슈팅을 막아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빼어난 플레이를 선보인 프랑스의 미드필더 사미르 나스리도 맨시티 소속이다. 나스리는 전반 11분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프랑스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상대 진영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잉글랜드의 수비진들을 위기에 빠뜨렸다. 팀이 0:1로 뒤진 후반 39분에는 소속팀 동료인 하트 골키퍼가 버티는 잉글랜드 골문을 향해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꽂아넣으며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프랑스 공격의 연결 고리 뿐만 아니라 해결사 역할까지 수행했다. 나스리는 후반전에도 좋은 활약을 했지만, 추가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