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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 매치데이 07, 남아공 악몽 재현?

매치리포트 2012. 6. 15. 06:28

[팀캐스트=풋볼섹션] '유럽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 대회가 마침내 개막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공동 개최되는 유로 2012가 화려하게 막을 올린 가운데 축구 전문 블로그[웹사이트] '팀캐스트코리아'에서는 한국 시간으로 매일 새벽에 펼쳐지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의 이모저모를 이곳 'www.teamcastkorea.net'를 통해 국내 축구팬들에게 전달한다.

■ 토레스, 더 이상의 부진은 없다
스페인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토레스는 15일 새벽[한국시간] 아레나 그단스크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유로 2012 C조 예선 2차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포함 2골을 폭발시키며 팀의 4:0 대승을 도왔다.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다비드 비야의 공백에 대한 우려를 조용히 잠재웠다.

토레스의 위력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발휘됐다. 토레스는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볼을 가로 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이날 경기 첫 골이자 이번 대회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이틸리아와의 예선 1차전에서 비록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후반 교체 출전한 뒤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던 것이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선제골을 넣은 이후에도 토레스는 상대 진영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기회를 만들었고, 후반전에는 추가골까지 성공시켰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를 놓치지 않고 추가골로 마무리했다.

토레스가 A매치에서 멀티골을 넣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멀티골을 기록한 경기는 지난 2010년 9월에 벌어졌던 리히텐슈타인과의 유로 2012 예선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토레스는 멀티골 경험이 있고,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유로 2012 본선 무대에서 다시 한 경기 2골을 작렬했다.

아일랜드전에서 나온 두 골은 토레스에게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의 부진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기 때문. 토레스는 최근 대표팀에서는 물론이고 소속팀에서도 지독한 부진에 시달리며 늘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활약으로 다시금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지난 유로 2008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페인을 유럽 챔피언에 올려놓은 토레스는 큰 기대감을 갖고 참가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며 공격수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스페인이 결승전에 진출하며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토레스의 부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시작으로 토레스의 활약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하향곡선을 그렸다. 월드컵이 끝난 직후 토레스는 대표팀에서 들쑥날쑥한 득점력으로 상당 기간 A매치 골 맛을 보지 못했고, 급기야는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었다.

토레스의 부진은 대표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토레스는 2010-11시즌 리버풀[9골]과 첼시[1골]에서 리그 10골을 넣는 데 그쳤고, 지난 시즌에도 리그 32경기에 나서 6골을 기록했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월드컵 개막에 앞서 18골을 기록한 2009-10시즌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메이저대회에서의 부진이 향후 선수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반대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메이저대회 부진 탓에 생긴 트라우마를 비슷한 무대에서의 활약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토레스에게는 유로 2012에서의 활약을 통해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미 아일랜드와의 예선 2차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그 시작을 알렸고,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의 플레이를 펼친다면 다가오는 2012-13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실바와 파브레가스의 환상 듀오, 스페인 우승의 열쇠
스페인은 유로 2012에서 독일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예선 1차전에서 이탈리아에 고전했지만, 아일랜드와의 예선 2차전에서는 우승 후보로서의 위용을 선보였다. 그리고 다비드 실바와 세스크 파브레가스로 이어지는 환상 공격 듀오를 탄생시켰다. 특히 실바는 대표팀의 벤치 멤버에서 에이스로 평가를 받으며 신분이 수직상승했다.

실바와 파브레가스는 유로 2012 C조 예선에서 연일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스페인의 새로운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두 선수는 이탈리아전에서 팀이 0:1로 뒤진 후반 19분 동점골을 합작했다. 실바가 문전으로 밀어준 패스를 파브레가스가 쇄도하며 왼발 슈팅을 때렸고, 그대로 이탈리아의 골망을 갈랐다. 많은 공격 장면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던 스페인에는 천금과 같은 동점골이었다.

이들의 활약은 아일랜드와의 예선 2차전에서 다시 한 번 빛났다. 파브레가스가 선발 출전하지 않으면서 이탈리아와의 경기 때처럼 두 선수는 오랜 시간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지는 못했지만, 출전 시간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선발 출전한 실바는 전반 초반부터 상대 진영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팀 동료 페르난도 토레스의 선제골을 간접적으로 도왔고, 후반 4분에는 직접 상대의 골문을 열었다. 박스 안에서 침착한 왼발 땅볼 슈팅을 시도하며 아일랜드의 수비진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실바는 또 토레스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단 한 번의 패스로 토레스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실바가 맹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후반 29분 파브레가스가 그라운드에 섰다. 두 선수는 함께 플레이를 한지 불과 9분 만에 팀의 네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코너킥 상황에서 실바가 땅볼로 연결해준 패스를 파브레가스가 상대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제치고 추가골로 마무리했다. 실바가 도움을 주면 파브레가스는 어김없이 해결을 했다. 후반 교체로 출전한 파브레가스는 선발뿐만 아니라 조커로서의 활용 가치도를 높였다.

스페인이 유로 대회 2연패를 꿈꾸고 있는 가운데 유로 2012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두 선수가 남은 경기에서도 활약을 계속할지 기대된다.

■ '아주리' 이탈리아, 남아공 월드컵 악몽 재현?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이 유로 2012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탈리아는 C조 예선 1차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우승 후보 스페인과 1:1로 비기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면서 8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인 것이 사실. 그러나 예선 2차전이 끝난 지금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 승리가 요구되던 경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

이탈리아는 15일[한국시간]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안드레아 피를로의 선제골을 지키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후반전 반격에 나선 크로아티아의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실점했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끝났고, 이탈리아는 승점 1점을 추가했다. 득점 기회에서 추가골을 넣지 못한 것이 2경기 연속 무승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이탈리아는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아일랜드와의 예선 최종전에서 승리하더라도 탈락할 수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이탈리아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남아공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2무 1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치욕적인 결과다. 이런 참사가 유로 2012에서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탈리아가 유로 2012 조별 예선을 통과하고 탈락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먼저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비기거나 지면 다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탈락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이탈리아가 최종전에서 승리해 승점 5점을 확보할 경우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탈리아는 같은 시각에 열리는 스페인과 크로아티아전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가정했을 때 두 팀 중 한 팀을 제치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한다.

두 번째는 이틸라이가 아일랜드전 승리로 승점 5점을 확보한 상태에서 스페인과 크로아티아가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세 팀이 승점 5점으로 동률을 이루기 때문에 골득실을 따져야 한다. 이탈리아[0]가 두 팀[스페인 +4, 크로아티아 +2]을 골득실로 앞서기 위해서는 아일랜드를 3골 또는 5골 차로 승리해야 한다. 예선 1-2차전에서 결정력 부재를 드러낸 이탈리아로서는 쉬운 도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