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축구 [BIG4+]
유럽파 이적시장 결산, 떠난 자와 남은 자
매치리포트
2012. 9. 1. 18:12
먼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 박지성은 올여름 7시즌을 보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과감하게 작별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왔던 박지성이었기에 그의 이적은 다소 의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의 이적에 섭섭하다는 뜻을 전하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박지성에게 이번 여름은 용단이 필요했고, 그는 본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현재까지는 그 결정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박지성은 맨유에서의 화려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클럽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팀을 옮겼다. 2년 계약을 맺었다. 이적 후 많은 것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소속팀에서 박지성을 대하는 태도다. 퀸즈 파크는 박지성을 극진히 대하며 팀의 정식 주장으로도 임명했다. 박지성의 잉글랜드 내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박지성은 퀸즈 파크 이적 후 매 경기[공식전 기준] 선발 출전하고 있는 중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선발에서 제외될 일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전 소속팀 맨유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호사다. 그에 따른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대표팀과 맨유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런던 올림픽의 '히어로' 기성용은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꾸준히 이적 준비를 해오던 기성용은 셀틱에서 스완지 시티로 이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0호의 탄생을 알렸다. 이적료가 무려 600만 파운드[약 1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유럽파 중 최고 이적료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명문 아스날과 리버풀을 비롯해 풀럼 등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과도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스완지였다. 스완지의 정교한 축구 스타일이 기성용을 매료시켰다. 그들의 과감한 투자는 셀틱도 흡족하게 했다. 스완지로의 이적을 확정한 기성용은 지난 주중에 열린 컵대회를 통해 비교적 일찍 데뷔전을 치렀고, 나름 호평을 받았다. 만족할 수준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실수 없이 70여분을 활약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앞으로 팀에 적응해 동료들과 경쟁을 벌이며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일만 남았다. 건투를 빈다.
병역 혜택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박주영은 처참했던 아스날 생활을 끝내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거처를 옮겼다. 박주영은 이적 시장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임대 이적으로 셀타 비고에 입단했다.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박주영으로서는 새출발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꿈에 그리던 아스날로 이적했지만, 리그 1경기를 포함 단 6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는 데 그치며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극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병역 혜택 논란까지 불거지며 축구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은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병역 혜택 논란을 잠재웠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거취 문제가 남았다. 하루 빨리 그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싶었고, 풀럼과 셀타 비고 두 클럽에서 박주영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박주영은 셀타 비고와 손을 잡았다. 잉글랜드에서 악몽을 경험한 박주영은 미련없이 프리미어리그를 등지고 스페인으로 향했다. 박주영은 셀타 비고 구단 관계자 및 팬들의 환대 속에 입단식을 가졌고, '신천지'에서 화려한 비상을 노리고 있다.
'포스트 박지성'으로 불리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 김보경은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의 유니폼을 벗고, 잉글랜드 2부 클럽 카디프 시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보경은 카디프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화려함보다는 실리를 쫓아 유럽에 첫 발을 내디뎠다. 김보경의 새로운 소속팀 카디프 시티는 수년째 2부 리그에 머물고 있는 클럽이지만, 최근 몇 년간 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며 프리미어리그 승격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팀 중 하나다. 김보경은 이런 카디프의 장래성을 보고 과감하게 2부 리그 클럽으로의 이적은 단행했다. 김보경의 무한도전은 곧 시작한다.
셀틱에서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은 차두리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스코틀랜드를 떠나 자신이 태어난 독일로 돌아왔다. 차두리는 '승격팀'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와 2년 계약을 맺으며 2년 만에 분데스리가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시즌 초반부터 잇따라 결장하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차두리는 컵대회와 리그 개막전에 모두 결장했다.
런던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1년 더 임대 생활을 한다. 구자철은 지난 시즌 후반기 볼프스부르크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리그 15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으며 유럽 진출 후 최고의 활약을 했다. 시즌 종료 후 구자철은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올 시즌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게 됐다. 아우크스부르크가 구자철의 재임대를 요청했고, 볼프스부르크가 이를 받아들였다. 임대 기간은 1년이다. 구자철이 지난 시즌의 여세를 몰아 올 시즌에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뻬어난 기량을 뽐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의 보르도로 이적했었던 김경중은 입단 후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과거 안정환이 잠시 몸 담았던 독일 2부 소속의 뒤스부르크로 배를 갈아 탔다. 이적 조건은 임대다.
지난 시즌 막바지 장기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소속팀의 2부 리그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은 볼튼의 이청용은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청용은 볼튼이 강등함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의 이적설도 제기됐으나 잔류를 택했다. 이청용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위건, 스토크 시티와 연결된 바 있다. 이청용은 일단 다음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는 볼튼의 프리미어리그 재승격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2년차 지동원도 선더랜드에 그대로 남았다. 잠시 임대설이 나돌았지만, 단순 루머에 불과했다. 지동원은 이번 시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필요가 있다. 더욱 치열해진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경쟁자들이 대거 영입된 것. 선더랜드는 즉시 전력감인 루이 사하, 스티븐 플레처, 아담 존슨를 차례로 영입하며 공격진을 보강했다. 지동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렇다고 그들과의 경쟁을 피할 생각은 없다. 지동원은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자신감을 회복했고, 휴식을 마치고 팀에 합류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함부르크의 '슈퍼 탤런트' 손흥민을 비롯해 최근 임대 이적이 무산된 흐로닝언의 석현준도 기존 소속팀에서 올 시즌 대활약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