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E조, 독일보다 더 무서운 멕시코
[팀캐스트=풋볼섹션] 대한민국이 속한 러시아 월드컵 E조 그룹들의 전력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스웨덴전 승리가 더욱 절실해 졌다.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렸다. 대한민국과 경기를 하는 팀이라서 국내 언론이나 축구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은 경기다. 그리고 이 경기를 지켜본 국내 축구팬들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E조 최강으로 평가받는 독일도 독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두 번째 상대인 멕시코의 전력이 상상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을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주도하며 진정한 '멕시칸 파워'를 보여줬다. 빠르고 적극적인 공격은 제롬 보아텡과 마츠 훔멜스 걸출한 두 명의 중앙 수비수가 버티는 독일의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이날 멕시코의 공격은 하비 에르난데스[치차리토], 미구엘 라윤, 카를로스 벨라, 이르빙 로사노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역습 상황에서 순식간에 상대 문전으로 파고들며 경기 내내 위협적인 장면을 합작했다. 독일전의 결승골도 이렇게 나왔다. 수비 진영에서 볼을 차단한 뒤 단 4번의 패스로 골대 앞까지 왔고, 치차리토가 밀어준 것을 쇄도하던 로사노가 침착하게 마무리를 했다. 공격을 시작해서 골을 넣기까지 10초가 소요됐다. 엄청난 속도다.
후반전에도 멕시코의 카운트어택은 대단했다. 공격적으로 나선 독일의 뒷공간을 신속하게 파고들며 수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결정력이 약했다. 충분히 추가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정교한 마무리 능력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이게 멕시코의 약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빠른 공격 전개로 슈팅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을 뿐, 독일보다 전력이 약한 다른 경기에서는 경기를 지배하며 분명 좀 더 나은 결정력을 과시할 것이다. 역습이 아닌 확률이 높은 공격 축구로 득점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은 이점을 명심해서 수비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는 빼어난 공격만큼이나 수비력도 돋보였다. 일단 독일에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는 점만 봐도 멕시코의 수비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멕시코의 수비 라인은 미드필더들과 촘촘한 간격을 유지했고, 후반 막판까지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후반 교체로 투입된 백전노장 라파엘 마르케스가 들어오자 멕시코의 수비는 안정적이었다.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오초아는 실수 하나 없이 독일의 결정적인 슈팅을 선방하며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번뜩이는 공격을 시도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멕시코의 골문을 쉽게 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주공격원인 손흥민에게 기대하기 보다는 그를 슬기롭게 이용해 다른 공격 자원들이 득점하는 확실한 공격 루트를 찾아야 한다. 멕시코가 독일전에서 보여준 바로 그 역습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렇게 우리는 멕시코의 실체를 봤고, 겁에 질렸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시작도 안했다. 멕시코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그에 맞는 최고의 전술로 승점 사냥에 나서야 한다. 그보다 앞서 대한민국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스웨덴전을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스웨덴전에서 패한다면 희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