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 바르샤 선수에서 트레블 달성 감독으로

2012. 4. 28. 00:36# 유럽축구 [BIG4+]/스페인 [ESP]

[팀캐스트=풋볼섹션] "많이 지쳤고, 이젠 좀 쉬고 싶다". 바르셀로나의 조셉 과르디올라[41, 스페인] 감독이 퇴임을 발표하는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지 시간으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를 떠난다고 밝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잔류할 것이다와 떠날 것이다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바르샤 선수들은 시즌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달려가는 상황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퇴임설이 불거지자 앞다퉈 언론 인터뷰에서 그의 잔류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팬들도 과르디올라의 잔류를 지지했다.

바르샤의 핵심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무조건 바르샤에 남아에 한다. 그는 우리 팀에 가장 중요한 존재다"라고 말하며 과르디올라 감독의 잔류를 촉구하고 나섰고,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 역시 "과르디올라가 나보다 바르샤에서 더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감독으로 부임한 후 많은 것이 바뀌었고, 우승도 많이 차지하게 됐다. 그가 바르샤에 남기를 바란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 외에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니엘 알베스 같은 바르샤의 주축 선두들이 모두 과르디올라 감독이 팀을 떠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모두 허사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임을 결정했다. 바르샤의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매 시즌 우승 경쟁을 벌이며 상당한 중압감에 시다린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많은 우승 영광으로 부임 초기에 넘쳐나던 열정이 사라진 것도 팀을 떠나게된 이유 중 하나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팀을 계속 맡을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에게는 지금 휴식이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와 열정도 필요하다"라고 전하며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정했다.

바르샤를 떠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난 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라진 열정을 되찾기 위해서다. 바르샤에서 거둔 영광은 모두 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그의 의중이 엿보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샤에서 선수로 뛰전 시절부터 늘 우승과 함께 했다. 유스팀을 거쳐 지난 1990년 1군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후 11년 동안 바르샤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리그 263경기에 출전했다. 우승 이력도 다양하다.

1990-91시즌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총 6번의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1991-92시즌에는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결승전에서는 선발 출전해 연장전까지 뛰며 생애 첫 유럽 챔피언에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코파 델 레이 등 컵대회에서도 많은 우승을 거머쥐었다. 1992년에는 스페인 대표로 자국에서 개최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이러한 그의 상복은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과르디올라는 2001년 바르샤를 떠난 뒤 브레시아, AS 로마, 알 알리 등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다 2006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바르샤로 돌아와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과르디올라는 2007-08시즌 바르샤 B팀을 이끌고 스페인 4부 리그격인 테르세라 디비전에서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그의 첫 우승이다. 그가 감독 데뷔 2년 만에 바르샤 1군 사령탑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는 B팀에서 보여준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8-09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 후임으로 바르샤의 정식 1군 감독이 됐다. 파격적인 승진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과르디올라는 구단의 기대에 우승으로 보담하며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과르디올라는 1군 데뷔 시즌에서 구단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3년 만에 바르샤를 스페인 정상에 올려놓았고, 코파 델 레이 결승전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각각 아틀레틱 빌바오와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완파하고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며 3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바르샤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감독으로 명성을 떨친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도 해내지 못한 일을 새내기 감독이 이뤄낸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바르샤가 감독이 선수들의 역량으로 트레블을 달성한 것이라고 전하며 과르디올라의 지도력을 저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평가였다. 과르디올라가 연일 바르샤에 우승을 안겨주며 승승장구한 것. 과르디올라는 트레블 달성 후에도 우승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2009-10시즌 리그 2연패를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다시 한 번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제패했다.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바르샤의 전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졌다. 그들은 이전 다른 팀들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경기력을 선보이며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바로 점유율 축구다.

바르샤는 최근 몇 년 동안 13개의 우승 트로피[슈퍼컵 포함]를 챙겼다. 지난 2009년에는 한 해 무려 6개의 우승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이 모든 것들이 과르디올라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가능했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샤의 지휘봉을 잡고 선수들의 특징을 잘 살려 패싱 게임을 토대로 높은 점유율 축구를 구사했다. 결과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과르디올라의 전술은 축구의 기본인 패스에 중점을 뒀다. 패스 한 방에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고, 패스 한 방으로 득점 상황을 연출하며 골을 터뜨렸다. 상대가 누구든 평균 7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일방적인 경기력을 펼쳐왔다. 전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선수를 영입해 채웠다. 영입한 선수가 많지는 않았다. 소수의 인원들을 팀에 합류시켰다. 팀을 떠났던 유스팀 출신 선수들도 다시 불러들였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던 수비수 제라드 피케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대표적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백업 수비수로 전전긍긍하던 피케는 바르샤로 복귀해 일약 최고의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아스날의 에이스 파브레가스는 뒤늦게 합류했지만, 올 시즌 과르디올라의 축구에 적응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반대로 티에리 앙리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이적 후 준수한 활약을 펼쳤음에도 팀을 떠난 선수도 적지 않다. 과르디올라에게는 선수 개인 활약보다는 팀 전체적인 그림이 중요했다. 그래서 비싼 몸값을 주고 영입한 선수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 과감히 외면했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야야 투레와 유럽 최고의 골잡이였던 사무엘 에투[안지]도 그랬다. 

그런 시행 착오를 거치며 과르디올라의 점유율 축구는 완성도를 높였다. 바르샤의 점유율 축구는 단순히 볼만 오래 소유하는 플레이가 목적은 아니었다. 보다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어내기 위한 발판이었다. 즉, 공격 축구를 위한 준비 단계인 셈이다. 때문에 바르샤와 맞대결을 벌이는 상대는 곤혹을 치러겠지만, 그들의 축구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일부 축구 관계자와 팬들은 축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바르샤의 점유율 축구를 비판하지만, 그들의 비판 내용은 모두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과르디올라가 바르샤를 지휘하며 소속팀의 전력을 크게 끌어올렸고, 그에 합당한 결과물도 얻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소속팀 선수들을 빛나게 했고, 축구팬들에게 감동과 재미도 줬다. 그리고 데뷔 시즌 트레블 달성하며 그 누구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구단의 역사도 새롭게 썼다. 이처럼 충분히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을 받을 발자취를 남기고 젊은 감독의 그는 다시 바르샤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