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명예 회장 "국제 대회에서도 경기 중단할 수 있어"

2013. 1. 5. 15:03# 유럽축구 [BIG4+]/이탈리아 [ITA]

[팀캐스트=풋볼섹션] AC 밀란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명예 회장이 인종차별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UEFA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국제무대에서도 경기를 중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카를로 스페로니 경기장에서 열린 AC 밀란과 프로 파트리아[4부 리그]와의 친선전에서 전반전 갑자기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밀란의 미드필더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 경기를 하다가 갑자기 공을 집어들고 관중석을 향해 걷어찬 뒤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의 팀 동료들도 덩달아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이내 경기는 취소됐다.

확인 결과, 이번 경기 중단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관중들의 인종차별적 발언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파트리아 팬들은 경기 내내 밀란의 흑인 선수를 비하하며 보아텡의 심기를 건들었고, 전반 26분 보아텡이 분을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이후 보아텡은 언론을 통해 인종차별을 당한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미국 뉴스 매체 'CNN'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에도 이런 인종차별이 일어난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을 말하기 어렵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슬프다"라고 상대 축구팬의 비도덕적 행동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이제 25세의 청년이다. 더 이상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다시는 이곳 경기장[카를로 스페로니 스타디움]에서 뛰지 않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밀란의 베를루스코니 명예 회장은 성명서를 발표해 앞으로도 인종차별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국제 대회에서도 경기를 중단할 수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베를루스코니 회장은 "국제 대회를 포함한 어떠한 경기에서라도 인종차별이 재차 일어난다면, 밀란 선수들은 즉시 경기장을 떠날 것이다"라고 밝힌 뒤 "지금 야만적인 인종차별이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축구나 스포츠 자체를 모욕하는 행위다. 선수와 구단 그리고 많은 축구팬들이 인종차별로 고통을 받고 있다"라며 인종차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시즌 재개를 앞두고 인종차별로 홍역을 치른 밀란은 오늘 주말 홈에서 시에나를 상대로 리그 19라운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밀란은 현재 리그 7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