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패한 대한민국, 스스로 축제 망쳤다

2013. 6. 19. 00:29# 국제축구연맹 [NATIONS]

[팀캐스트=풋볼섹션]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이란의 아시아 최종예선이 치러진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은 경기가 끝난 뒤 축제 분위기가 아닌 분노와 실망감만 가득했다.

대한민국은 18일 울산에서 '숙적' 이란과 맞대결을 벌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였다. 결과에 따라 본선행 운명이 결정되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이청용, 곽태휘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여파로 다수 빠지기는 했어도,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신예' 이명주를 비롯해 대표팀의 차세대 골잡이 손흥민, 김신욱 등이 선발 출전해 경기 내내 우세한 경기를 했다.

압도적인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한 대한민국은 적극적인 공격으로 득점을 노렸다. 포문은 '전봇대' 김신욱이 열었다. 김신욱은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전반 6분 멋진 논스톱 발리슛으로 이란을 위협했다. 비록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기기는 했지만, 좋은 시도였다. 이어 이동국이 왼발 슈팅으로 또 한 차례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에 경기장을 찾은 4만여명의 많은 축구팬도 신이 났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붉은악마'와 함께 열렬히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축제의 장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후반 15분 뜨거웠던 경기장 열기가 한풀 꺾였다. 대한민국이 이란에 선제골을 실점한 것. 대한민국은 수비수 김영권의 실수로 이란 공격수 레자 구차네자드에게 뼈아픈 선제골을 내줬다. 구차네자드는 상대 수비의 실수로 잡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순도 높은 결정력을 과시했다.

대한민국은 실점 후 급히 선수를 교체했다. 지동원을 빼고 '날쌘돌이' 이근호를 투입했고, 김보경까지 출전시켰다. 공격진에 변화를 준 대한민국은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골로 마무리 짓지는 못했다. 결국, 대한민국은 홈에서 이란에 영패의 수모를 당했다.

경기가 이란의 승리로 종료되자 경기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승리한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일부 선수들이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을 망각한 채 대한민국 벤치로 뛰어와 기쁨을 표출했고, 그라운드 위에서는 또 다른 이란 선수 무리들이 자신들의 국기를 들고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과정에서 관중들을 지나치게 자극한 것이다.

이러한 이란의 추태를 지켜보던 몇몇 관중들이 끝내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이란 선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물병을 집어 던졌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다. 하지만, 8연속 본선 진출 확정으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할 장소에서 때아닌 소란이 일고 말았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은 이란이 아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무기력함이었다. 스스로 축제를 망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