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연속골' 루니, 생애 첫 EPL 득점왕에 오를까?

2011. 9. 19. 17:42# 유럽축구 [BIG4+]/잉글랜드 [ENG]

[팀캐스트=풋볼섹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공격수 웨인 루니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심상치 않은 득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루니는 지난 시즌 거듭되는 부진과 섹스 스캔들 그리고 이적설이 연거푸 터지면서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런 탓에 루니는 프로 데뷔 후 개인 통산 역대 두 번째 최소 경기[리그 기준]인 28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고, 기대와는 달리 골도 많이 넣지 못했다. 루니는 지난 시즌 막판 그나마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며 11골을 기록해 자존심을 지켰다. 앞서 열렸던 2009-10 시즌에 넣었던 26골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그럼에도 불구 루니는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절대 신임을 얻으며 주전 공격수자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루니는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시즌 초 매 경기 골을 터뜨리는 엄청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플레이 면에서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인이 아닐 정도다. 루니는 이번 시즌 본인 특유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노련함과 여유가 더해진 성숙한 플레이로 맨유 공격진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부지런함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루니는 시즌 첫 경기부터 킬러 본능을 발휘하며 골 맛을 봤다. 루니는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리그 1라운드에서 왼발 슈팅으로 올 시즌 첫 득점에 성공했고, 이어진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홈에서 벌어진 아스날과의 맞대결에선 페널티킥을 포함해 3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루니는 이청용의 소속팀 볼튼과의 리그 4라운드에서 또 한 번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루니의 연속 경기 득점 행진은 볼튼과 첼시전에서도 계속됐다. 루니는 볼튼을 상대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며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연속 경기 골을 멈추지 않았다. 웨스트 브롬위치전을 시작으로 첼시전까지 루니는 리그 5경기에 출전해 총 9골을 터뜨리며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많은 잉글랜드 현지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루니의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몇 년간 리그 득점왕은 잉글랜드 출신 골잡이들의 전유물이었다. 테디 셰링엄과 앨런 시어러가 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마이클 오웬은 1997-98 시즌 리버풀에서 뛰던 시절 크리스 서튼, 디온 더블린과 함께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그 뒤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외국 선수들이 독차지했다. 선두 주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공격수 드와이트 요크다. 요크는 맨유에서 뛰던 1998-99 시즌 리그 18골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첫 외국인 선수 득점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네덜란드 국적의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리즈 유나이트]는 요크를 이어 외국인 득점왕에 이름을 올렸고, 아스날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는 2003-04 시즌부터 3회 연속 득점왕을 거머쥐며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왕 기록[4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디디에 드록바[첼시], 니콜라스 아넬카[첼시], 카를로스 테베즈[맨체스터 시티] 등이 최근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를 차지했다.

비 잉글랜드 공격수들이 연속해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독식하는 사이 잉글랜드 출신의 골잡이들은 2000년대 들어 10년 넘게 무관에 시달리며 '축구종가'라는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처지다.

이처럼 1999-2000 시즌 케빈 필립스가 득점왕에 오른 이래 지난 시즌까지 비 잉글랜드 공격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지금 잉글랜드 토종 골잡이를 대표하는 맨유의 루니가 이번 시즌 5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다시 한 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루니는 그동안 팀의 리그 우승에 많은 공헌했다. 하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경험이 없다. 시즌 초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루니로서는 이번이 팀 우승과 득점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적기다.

루니는 큰 부상과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리그 25경기 이상은 더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5경기 9골을 넣고 있는 공격력을 시즌 막판까지 꾸준히 이어갈 경우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더불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시어러가 세운 한 시즌 개인 최다골인 31골을 무난하게 뛰어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호날두가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백전노장 라이언 긱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듬에 따라 루니는 프리킥까지 직접 처리하면서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가지게 됐고, 팀 동료들의 도움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니는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2골을 기록하는 등 프리킥 능력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루니는 상대 문전 앞에서의 헤딩 능력은 물론이고 자신감까지 넘치고 있어 개인 최다골 기록의 정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루니의 리그 개인 최다골은 2009-10 시즌 기록한 26골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루니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확신할 수 없게 현실이다. 아직 리그 5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고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세르지오 아게로와 에딘 제코가 각각 8골과 6골로 루니를 맹추격하고 있고, 토트넘으로 임대 이적한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도 연속골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9-10 시즌 첼시의 디디에 드록바에게 아쉽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뺏긴 루니가 아게로, 제코 등 쟁쟁한 비 잉글랜드 출신의 골잡이들을 따돌리고 프로 데뷔 10주년을 기념을 자축하며 생애 첫 골든 부트[득점왕]를 수상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5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루니는 오는 25일 새벽[한국시간]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리그 6경기 연속 골 사냥에 나선다. 

한편,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연속 경기 득점은 현재 스페인 말라가 소속의 공격수 루드 반 니스텔루이[35, 네덜란드]가 2001-02, 2002-03 시즌 맨유에서 뛸 당시에 기록한 8경기다.